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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에서 만난 사람들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헬스장을 다니고 있다. 더운바람 훅훅 나오는 선풍기가 아닌 쌩쌩 에어컨 바람이 부는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운동기구가 몇가지 밖에 없어 간혹 기다려야 하지만 이 폭염에 공짜로 시원한 에어컨 바람까지 쐬면서 운동하는 기쁨이라니 누려보지 못한 사람은 이 맛을 절대 모르리라. 운동하면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생겼다라기 보단 생길 수 밖에 없었다...가 더 맞을 듯 하다. 물걸레와 분무기에 세제를 넣어 운동기구에 칙칙 뿌리는 60대 후반의 아주머니는 운동보단 청소에 더 열을 올린다. "아이고~ 이 먼지봐..먼지 구덩이야.청소하는 아줌마들은 뭐하나 몰라. 내가 관리실가서 청소 신경쓰라고 재촉을 해도 그때 뿐이야. 봐봐요..여기..땀으로 얼룩졌는데 세상에나! 걸레질을 .. 더보기
달팽이의 산책 장맛비가 주춤한 일요일 저녁 저녁식사 후 남편과 산책길에 나섰다. 도도한 자태를 뽐내던 접시꽃이 세찬 장맛비 등살에 꺾여 풀섶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아하! 접시꽃아..이렇게 스러지면 어쩌누".. 탄식하며 안타까워하자 벌러덩 드러누운 접시꽃 옆에서 핀 기품있고 우아한 무궁화꽃이 고개를 내밀며 인사한다. "속상해 하지마 ..내가 있잖니"..라며 위로한다. "그래..무궁화야 세찬 빗속에 꿋꿋이 견뎌줘 고맙다". 원추리꽃도 장맛비 물세례를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몸을 외로 꼰 달맞이 꽃이 수줍게 인사하며 말을 걸어 온다 "무궁화만 보지말고 나도 봐줄래?" "안녕! 이쁜 달맞이꽃아" .. 그냥 꽃~ 이라 통칭했던 꽃들의 이름을 익히고 꽃들과 마주보며 이름을 불러주었더니 꽃들이 아는체 하며 말 걸어온다. .. 더보기
꿈 이야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를 읽고 있는 중이다. 내 머릿속에 상상의 날개가 마구 펼쳐지는 기가막힌 부분을 발견해 옮겨본다. # 예의 P 132 나는 위험에서 벗어난 사슴이 실망한 모습을 한 사냥꾼에게 미안한 표정을 짓는 꿈을 꾸었다. 참으로 착한 사슴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목숨을 노린 사냥꾼이 자신의 손에 사슴고기와 가죽을 들고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게 가족에게 돌아가야 할 사냥꾼이 허탕쳐 빈손으로 돌아갈 걱정까지 하다니 사슴 내 자네에게 충고 한마디 함세~ 오지랖 넓은 사슴이여 일단 그대 안위부터 살피시게나 섣부른 동정은 금물일세 그대 한몸을 희생해 사냥꾼의 가족들에게 야들야들한 그대의 살코기와 부드러운 그대의 가죽으로 옷과 신발 가방을 제공할게 아니라면 말일세 괜스레 팔랑대며 뛰어 다니다 먹이를.. 더보기
어이없는 죽음 창졸간의 어이없는 죽음을 접하면 멍해지고 무력해진다. 그리곤 ...왜?왜? 도대체 왜요? 라고 하나님께 따지듯 묻게된다. 몇년전 친구의 죽음으로 참 많이 힘들었다 세월호의 떼죽음으로 오랫동안 짓 눌렸었다. 그 무렵 꿈을꾸면 난 항상 바닷속에 둥둥 떠다녔다. 깊은 심연속에 떠 다니다 누군가 툭 치는바람에 눈을 뜨면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나처럼 바닷속을 둥둥 떠 다니다 나와 부딪치곤 했다. 눈을 부릅뜬채 코 앞에 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어떤 공포영화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섬뜩하고 무서웠다. 친구의 죽음과 맞물려 세월호의 죽음으로 잠을 자기 두려울 지경이었다. 하나님께 물었다. 하나님 왜요? 하필 왜 제 친구를 .. 왜 세월호 어린 생명들이 따뜻한 집이 아닌 차가운 바닷속에 수장되어야만 했는데요. 의문이.. 더보기
광야길 기도 이스라엘 민족을 구름기둥 불기둥으로 살피시고 만나와 메추라기로 배를 채워주시며 애굽땅으로 되돌아 가고 싶다며 투덜대는 그들과 광야길을 동행하신 하나님. 그들과 저희 부부도 함께 가고 있습니다. 주께서 죄악에서 벗어나 회개하라고 말씀 하셨을때 나보다 더한 악한들도 잘만 살아간다며 그들부터 먼저 손 보시라 성령님 말씀을 무시하며 내 멋대로 살았습니다. 남편을 위해 무릎끓고 기도하라 말씀 하셨을때 기도대신 못 살겠다 쌈박질만 일 삼았습니다 고집불통 쇠심줄 이도 안 먹히고 할만큼 했으니 어쩔도리 없다 될대로 대라 손털겠다며 알아서 하시라 하나님께 미뤘습니다. 그 결과 망했습니다. 그제서야 제 정신들어 눈물 콧물 찍으며 기도했습니다. 가슴을 찢는 처절한 회개기도를 했습니다. 망했다 생각했습니다. 아니,망한줄 알았.. 더보기
촉감 매끄럽고 보들보들한 감촉 꼬집으려해도 잘 잡히지 않는 탱글한 탄성 깔깔깔 웃어대는 상큼한 웃음소리 뱀 허물 벗은 것처럼 옷만 수북히 쌓아두고 몸만 쏙 빠져 나간 자리 야밤에 후라이팬을 들고 설쳐 집안에 온갖 냄새를 피우며 혼돈의 세계인 야식을 탐하게 만들고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사랑한다고 속살거리며 뼈가 녹을 만큼 환장할 뻐꾸기를 날리곤 제 분신같은 같은 강아지 인형 두마리를 쇼파에 팽개쳐두고 뱅기타고 머나먼 나라로 휙 날아간 딸아이 그 딸아이가 오늘 유난히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너무 그리워 그리워서. 손끝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딸아이의 촉감을 느껴보려 괜스레 내 두손을 맞잡아 본다. 더보기
이별은 힘들다. 5개월 남짓 다니던 교회.. 벼랑끝에 서있던 우리부부가 이곳으로 이사와 둥지를 틀며 2달여 기간동안 기도하며 신중하게 탐색한 교회였다. 말씀에 은혜를 받았고 사람들과도 정을 붙여 가는 중이었다. 믿음의 깊이와 역량이 많이 부족한 우리부부는 어느 순간부터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말씀이 은혜가 되지 않았다. 기도와 생각을 고심한 끝에 교회를 옮기기로 했다. 한 교회에 뿌리내리고 정착하며 친교도 나누고 봉사도 하려고 했는데 .. 마음처럼 되지 않아 속상했다. 내가 너무 고심하자 지인 왈 "집사님 '교회는 정류장 같은 곳이니 말씀에 은헤를 누리지 못하면 성도가 은헤를 받는 곳 으로 떠나가도 된다'고 어느 목사님이 말씀 하셨어요.그러니 집사님 부부에게 예배가 은혜가 되는 곳을 찾아 가세요" 란 말에 힘을 얻어 교회를.. 더보기
기도의 힘 몇년전 남편 지인의 기도요청을 받았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얼굴도 본적없는 남편의 마누라인 나한테 기도 부탁을 할까 싶었다. 관악산 기슭에 자리잡은 학교 공대 기계과에 입학한 청년은 청소년 시절 공부를 게을리하면 아버지한테 지청구도 듣고 매도 많이 맞았다고 한다. 아들은 보란듯 명문대에 떡하니 합격했다. 그러던 어느날 부모와 상의도 없이 덜컥 휴학계를 냈다. 군에 입대하기 위한게 아니었다. 날마다가 휴일인 아들은 방에 틀어박혀 24시간 게임에 골몰했다. 부모님이 닥달하자 아들 왈 당신들 소원대로 명문대에 입학해 소원 성취하셨으니 이제 자신을 그만 내버려 두라며 방문을 닫아 걸었다. 기가막힌 부모님은 방문을 두드리며 협박과 애원을 반복했지만 머리굵고 힘세진 아들은 더 이상 아버지를 두려워 하지 않았다. 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