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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녀씨 15(완결)

복녀씨가 받은 진단명은 만성 페쇄성질환이었다.

설상가상이었다.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고 맑은 공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득했다.

"내가 왜? 내가 왜? 나한테 왜?"

숨쉬기조차 힘들어 쌕쌕 거리는 환자인 복녀씨보다

더 아프다며 징징거리는 남편 ...꼴도 보기 싫었다.

저놈의 영감탱이...아들과 살겠다며 징징거리지 않았다면

아들 재덕을 알래스카에 보내지 않았다면 시동생 부부가 나와 꼬드기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지금과 달랐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다 생각을 내려놨다.다~부질없는 생각이다.

 

복녀씨에게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숨이 쉬어지지 않을때 교회를 찾아가 가만히 앉아 있게 되었다.

그냥 그곳에 가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 졌다.

숨도 잘 쉬어졌다.

 

꼴 보기 싫은 영감탱이 남편도 측은해졌다.

그나 나나 불쌍하고 가련한 인생들 아닌가.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아들 ..꼴보기 싫어 걸려온 전화도 안 받고 내쳤는데

마음이 풀어져 아들 전화도 받고 오히려 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게 되었다.

"아들,엄마 괜찮아. 엄마 안죽어..걱정마,힘내고 밥 잘 챙겨먹어..

돈은 있다가도 없는거고 없다가도 생길 수 있어.아들 아직 젊으니까 힘내

엄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공기 좋은곳 알아보고 있어.

이사가서 좀 쉬었다가 다시 일 시작하려고..아들 엄마한테 많이 서운했지?

엄마가 니들말로 멘붕이 와 정신이 무너져 그랬어.미안해"

 

복녀씨는 시방 새로운 곳에서의 삶을 꿈꾸고 있다.

알래스카 땅과 거리가 먼 내나라 내땅

피톤치드를 왕성하게 내뿜는 산자락 아래에 보금자리를 틀 생각으로

설레고 있다.

작은 미용샵도 오픈할 계획이다.

주일엔 남편과 함께 산행대신 예배에 꼭 참석할 생각이다.

 

불행을 비껴갈 순 없다.불행의 직격탄을 맞으면 죽고싶고 도망치고 싶다.

숨을 곳 은 없다.정면승부 해야 한다.버텨야 한다.

징징거려봐야 소용없다.그래봐야 힘만 빠질 뿐이다.

힘들 때는 사람도 그 어떤 위로도 싫어질 수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나를 건져 올려 직시 할 시간이..

그리고 말없이 나를 바라보며 토닥여주는 예수님과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산다!